[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집트와 중국이 사상 최초의 합동 군사 훈련을 마치며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자 동시에 미국의 주요 군사 원조 수혜국 중 하나인 이집트가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민감한 시기에 나온 행보라 더욱 주목된다.
지난 4월 중순부터 4일(현지시각)까지 진행된 이번 훈련은 합동 공중 훈련, 공중전 시뮬레이션, 현대전 강의 등으로 구성됐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J-10C 전투기, KJ-500 공중 조기 경보기, Y-20 수송 탱커 등 첨단 군용기를 대거 투입하며 아시아를 넘어선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집트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로부터 상당량의 군사 장비를 구매해 왔다. 이는 미국의 중동 내 핵심 동맹이자 원조 수혜국인 이집트가 미국의 최대 적대국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미국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집트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던 조엘 루빈 전 국무부 관리는 "이런 위기는 본 적이 없다"며 "이집트는 현재 사실상 우리를 무시하고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평화 협정 하에서 거의 45년간 안정을 유지해 온 후, 더욱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집트는 F-16 전투기, CH-47 치누크, AH-64 아파치 헬리콥터 등 상당수의 미국산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C-130J 수송기 도입도 앞두고 있다. 또한 32기의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관계는 깊다.
이번 중국과의 합동 훈련 '문명 독수리 2025'는 베이징과 아프리카 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이집트, 그리고 미국의 오랜 전략적 동맹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끈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이집트는 매년 약 13억 달러(약 1조7900억원)의 미국 군사 원조를 받아왔다. 이는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모든 외국 원조가 동결되었을 때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예외였다. 또한 이집트는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테러 격퇴를 위해 미국 보안군과 협력해왔다.
루빈 전 관리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소련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아랍 군대를 떼어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다고 평가하며, 협정 이전 이집트가 중동에서 러시아의 우선순위에 동조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협정의 목적은 그들을 우리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이는 그들이 다시 다른 진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이번 훈련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금 중 약 3억 달러(약 4000억원)는 인권 우려에 따라 지급 조건이 붙어 있으며,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집권 이후 이집트의 인권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이 자금은 종종 동결과 해제를 반복해왔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이집트 전문 연구원인 마리암 와바는 "카이로의 헤징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느리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이며, 이번 시도는 명백한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집트가 후원자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이 오랫동안 원조를 인권 및 민주화 노력과 연계해 온 것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와바 연구원은 미국이 이러한 조건에 대한 면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원조를 지속했지만, 이집트는 더 이상 워싱턴에만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외국 원조에 대한 관심이 적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집트는 추가적인 원조 삭감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와바 연구원은 이번 훈련이 "확실히 워싱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국방부 부차관보 시몬 레딘은 이번 훈련을 "역량 구축과 지정학적 신호 전달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집트가 미국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헤징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지중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빈 전 관리는 최근의 사태 전개를 '매우 민첩한 외교'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 세계적인 공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그들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위협한다면, 비록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느낄지라도, 우리는 잠재적으로 중요한 동맹국이자 파트너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집트가 세계 해상 운송 경로와 아랍 중동 전역의 대테러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최악의 경우 중국이 중동 심장부에 발판을 마련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