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지대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발생한 테러 사건과 그에 따른 인도의 보복 공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갈등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있다. 바로 생존의 필수 조건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 자원인 '물'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가 국경을 넘나드는 물줄기를 잠그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파키스탄은 이를 단순한 경제적 압박이 아닌 군사 행동의 전조로 해석하며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워터 이슈'는 분석 글을 통해, '물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긴장 상황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물을 둘러싼 국제 분쟁의 깊은 속사정을 파헤쳤다.
지난 7일, 인도 미사일이 파키스탄 내 9개 목표물을 강타하며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는 이를 지난 4월 발생한 인도 관광객 사망 테러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음 수순으로 나아간 인도의 행보는 국제 사회에 더욱 큰 충격을 던졌다. 바로 1960년 체결된 인더스 강 수역 조약(IWT)의 근간을 흔드는, 국경 간 물 흐름 차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의 중재로 체결된 인더스 강 수역 조약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수자원 분배를 규율하는 핵심적인 장기 협정이었다. 이 조약에 따라 인도는 동쪽의 3개 지류(라비, 비아스, 수틀레지 강)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고, 파키스탄은 서쪽의 3개 강(인더스, 젤룸, 체나브 강)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 인더스 강 수계 총 수자원의 약 80%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았다. 또한, 이 조약은 양국 간의 수문 정보 교환을 의무화하고, 협정의 일방적인 종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더스 강의 지리적 구조와 인도 영토를 통과하는 흐름의 특성은, 인도에게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물 흐름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 현재 당장 물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인도는 수량 조절을 통해 파키스탄 측에 주기적인 물 부족이나 홍수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명백히 조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파키스탄이 자국의 물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도 당국은 이미 2023년부터 증가하는 물 수요와 고갈되는 수자원 문제에 직면하며 인더스 강 수역 조약의 재협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재협상을 넘어 조약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테러'와 '물'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 22일,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의 파할감 지역에서 발생한 관광지 테러는 인도에게 조약 탈퇴의 명분을 제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록 초기에는 저항 전선(TRF)이라는 단체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곧 TRF 측은 해당 주장이 인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들의 소행이라며 철회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파키스탄의 테러 인프라'에 대한 보복 공습의 정당성 근거로 삼았고, 더 나아가 수자원 통제라는 더욱 근본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독립 이후 오랜 기간 분쟁 지역으로 남아있지만, 최근 몇 년간 인도 정부의 일방적인 지배력 강화 시도는 지역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TRF의 활동 역시 2019년 인도의 잠무 카슈미르 특별 지위 박탈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측면이 강하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카슈미르 갈등의 여러 원인 중,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수자원 장악'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론적으로 파키스탄에 속하는 인더스 강의 주요 지류들이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를 통과한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인도는 현지 테러 활동을 수자원 통제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담수 접근성의 지속적인 감소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이다. 이는 자연적인 물 순환 시스템의 교란, 즉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극심한 가뭄, 예측 불가능한 강수 패턴 변화 등의 직접적인 결과다. 특히 건조 및 반건조 기후 지역, 그리고 이미 수문학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 전쟁'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항상 총칼을 앞세운 물리적 충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외교적 압력, 경제적 제재, 사회 기반 시설 투자 경쟁의 형태로 은밀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에티오피아의 그랜드 르네상스 댐 건설은 나일강 하류 국가인 수단과 이집트의 물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며 국제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요르단 강 접근성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오랜 분쟁의 주요 원인은 아니지만, 여전히 분쟁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며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물 분쟁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제와 직결되어 더욱 첨예한 양상을 띠어왔다. 특히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의 물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자원 확보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1967년 6일 전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요르단 강 수자원 통제권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물은 이 지역 분쟁의 핵심적인 요소였다.
이스라엘은 점령한 골란 고원에서 요르단 강의 주요 수원지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서안 지구의 지하수 자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물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물은 중동 지역에서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작용하며,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되어왔다. 이스라엘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근본적인 물 분쟁 해결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상황은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더스 강 유역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언제든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한 불씨를 안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면전 발발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지만, 물이라는 생존 필수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인도의 시도는, 파키스탄에게는 단순한 경제적 압박을 넘어 국가 존립의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을 독점하는 행위는, 결국 이웃 국가의 굶주림과 극심한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고스란히 물을 '사재기'한 국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년 만에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긴장은, 한 발짝 물러설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두 맹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마른 대지' 위에서 벌어지는 '물 전쟁'의 위협은, 단순한 자원 분쟁을 넘어 핵무기라는 인류 최악의 파괴력을 동원한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