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16 (금)
 
합.png▲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 한미정상회담 직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
 

‘냉각 국면’ 속에서 김정은은 ‘침묵’하고,북한 당국은 ‘트럼프’와 ‘문재인’ 비난 안해

북한당국, 한미정상회담 직후 남측 취재진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 전격 허용

트럼프, ‘판깨기’ 흐름의 책임을 김정은이 아닌 ‘포커페이스’ 시진핑에게 돌려

트럼프, 김정은 체제 보장과 ‘경제적 당근’ 제공을 강하게 부각시켜

트럼프, ‘일괄타결’원칙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이 원하는 ‘단계적 해법’ 일부 수용?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북핵정국, 북한 비핵화 및 북한체제 변화 여정의 본질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김정은은 다시 트럼프의 손을 잡을 것인가? 흐름은 일단 긍정적인 기류이다.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 근거는 대략 5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도에 있다. 북한 비핵화 정국이 급랭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침묵 모드’에 돌입해 있다. 이전의 권력자들인 김일성, 김정일 등과는 다르게 대외에 자신의 언행을 공개해왔던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다시 베일 뒤로 숨은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 및 미국정부에 대한 ‘비난전’은 북한 정권의 실무자급에서 이루어져 왔다. 직전에 김정은이 트럼프와 서로 ‘덕담’과 ‘칭찬’을 주고받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냉각기 동안 이루어진 비난전에 김 위원장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은 정치공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는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 해에만 해도 트럼프를 겨냥해 ‘미치광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번엔 자제했다. 북한의 어떤 당국자도 트럼프를 정조준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난하지 않았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공개적인 북한 체제 비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묵인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그리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압박 공세 등을 공격했을 뿐이다.

싸움이 붙으면 일단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험악한 ‘말폭탄’을 퍼붓는 게 정치관행인 북한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제를 한 셈이다.  

둘째, 23일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북측이 당초 불허했던 ‘남측 취재진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을 전격 허가한 것이다. 이는 ‘빅 이벤트’이다. 해외 기자들만 받아들이고 남한 기자들에게 문을 걸어 닫았던 북측이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보도를 통해 공지한 대로 지난 22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에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가는 고려항공 전세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측 취재진은 끝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상황은 23일 오전 급반전됐다. 북측은 판문점 채널 개시 통화에서 남측 취재단의 명단을 접수했고, 판문점 채널 후속 협의를 통해 정부 수송기의 북측 지역 비행을 허가했다. 남측 취재진은 북한 이날 오후 정부 수송기를 타고 동해 직항로로 방북했다.

남한 공동 취재단의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을 허용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행보와 연결된 대응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흘러나온 트럼프와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은 김정은이 기대했던 내용을 포함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 확인’의 차원에서 남측 취재단 방북을 전격 허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회는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이 ‘기획 탈북’이라고 주장하면서 남한 당국 관련자 처벌과 여종업원들 송환을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하게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냉각 국면’의 책임을 김 위원장이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면서도 사실상 배후인물로 시진핑 주석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예정보다 길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에게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약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는가”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김 위원장이 시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내가 시주석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시주석은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페이스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특히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에 대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라고 언급, 시 주석이 은밀하게 ‘북미관계 개선의 한계’에 대해 강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표면적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북한 비핵화 흐름을 지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면적으로는 ‘파국’을 조장함으로써 ‘북중관계’에 미국이 끼어드는 것을 막으려한다는 뉘앙스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라는 공개적인 형식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 음흉한 시진핑 때문”이라고 ‘면죄부’를 발부함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다시 ‘회군’할 명분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우호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의 ‘잘못된 유혹’에서 빠져나와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체제 보장’과 ‘경제적 당근’을 좀 더 강하게 강조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김정은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정말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왔고,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고 한국을 보면 세계에서 얼마나 훌륭한 국가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같은 민족을 가진 사람들이므로 이번에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김정은을 굉장히 기쁘게 할 것이고, 만약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그렇게 기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은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아주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아주 많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트럼프가 북한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수조 달러를 지원해 훌륭한 국가가 된다고 밝힌 것은 ‘대북 투자’가 아닌 ‘직접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섯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원하던 방향으로 ‘북한 비핵화’ 해법을 접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일괄타결되는 것을 원하는 가, 아니면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한꺼번에 일괄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동안 ‘선 비핵화-후 보상’원칙에 입각한 일괄타결을 강조했던 것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태도이다.

트럼프는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내에 ‘북한 비핵화’ 빅딜을 성공시키고 이후 ‘보상 절차’에 돌입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들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안 열릴 수도 있다”는 마지노선을 깔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으로서는 좀 더 뜨거워진 트럼프의 손을 일단 맞잡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요동치는 북한 비핵화 정국이 반드시 ‘파국’의 신호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북한 비핵화 및 북한체제 변화를 위한 긴 여정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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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 시진핑에 흔들린 김정은, 다시 트럼프 손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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