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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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통화, 즉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국제적인 분쟁과 비밀 작전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처럼 서방 세계의 강력한 금융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제재 회피와 비밀 작전의 자금줄로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어 빠르게 전송된다. 그 과정에서 중개 기관이 없어 익명성이 높다. 이 특성이 제재 회피를 위한 '블랙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자금원

14일(현지 시각) 유나이티드24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국가안보국장 스와워미르 첸츠키에비치(Sławomir Cenckiewicz)의 폭로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 연합(EU) 내에서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작전(Hybrid Operations)에 연루된 요원들에게 암호화폐로 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WIFT 결제 시스템에서 차단됐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거래가 막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는 디지털 통화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방해 공작 자금: 2023년 폴란드에서 적발된 러시아 GRU 군사 정보국의 스파이 네트워크가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 확인됐다.


△작전 범위: 러시아가 암호화폐로 자금을 댄 작전은 드론 침입, 주요 시설 사보타주(파괴 공작), 수도 시스템 등을 겨냥한 사이버 작전 등 광범위하다.


△은밀한 수단: '그림자 함대(Shadow Fleet)'로 불리는 노후 유조선들이 유럽 영공에 드론을 발사하는 정찰 활동에도 암호화폐가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폴란드 당국은 러시아의 이러한 자금 조달 네트워크를 끊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폴란드 의회는 암호화폐 자산 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시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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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북한 해커들의 돈줄

러시아가 방해 공작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은 암호화폐를 '훔치는' 방식으로 비밀 작전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외화 확보가 극도로 어렵다. 때문에 해킹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는 주요 수입원이다.


△올해만 20억 달러: 북한 해커들은 연초부터 현재까지 20억 달러(약 2조 8500억 원)가 넘는 암호화폐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대 최대 연간 총액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자금 세탁: 훔친 암호화폐는 복잡한 경로를 거쳐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최종적으로는 핵 개발 프로그램 등 북한의 주요 비밀 프로젝트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란, 석유 대금 결제 수단으로 활용

중동의 이란 역시 암호화폐를 제재 회피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국가로 꼽힌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개발 및 기타 분쟁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나 유로로 받기 힘든 상황이다.


△에너지 대금 활용: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수입 및 수출 결제를 허용했다. 특히 원유 등 에너지 수출 대금을 암호화폐로 받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국가 주도 채굴: 이란은 한때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도 혹은 장려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채굴(Mining) 산업을 키웠다. 채굴된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국제 무역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디지털 통화, 어둠의 작전의 도구로

암호화폐는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측면을 가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간 금융 제재를 회피하고 어둠의 작전에 자금을 대는 '익명성의 공백'으로 악용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사례는 디지털 통화가 국가 안보와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이제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국경 초월성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더욱 정교하고 국제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암호화폐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그 명암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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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러시아·북한·이란의 '비밀 금고'.. 제재 뚫는 자금 통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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