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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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라이트닝 II. 사진=록히드 마틴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스라엘의 라파엘이 '작지만 매운 고추'라면, 세계 방산 시장에 진짜 거인이 있다. 아니, 생태계 그 자체다. 현대전은 이 기업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전투기가 뜨고, 미사일이 날아가고, 위성이 감시하는 모든 순간에 이들의 로고가 박혀 있다. 바로 미국의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다.


라파엘의 '아이언 돔'이 날아오는 돌멩이를 막는 방패라면, 록히드 마틴의 'F-35'와 'THAAD(사드)'는 적의 심장을 겨누는 창이자 성벽이다. 체급이 다르다. 2024년 기준 연 매출 710억 달러(약 104조 원). 웬만한 국가 예산을 훌쩍 넘는다. 전 세계 50개국이 이들의 고객이다. 단순한 무기상이 아니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 안보의 '표준'을 설계한다.

"재무제표가 위상을 증명한다"… 흔들리지 않는 지배력

거인의 체급은 실적표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록히드 마틴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또 늘었다. 순이익만 53억 달러(7조 8000억 원)다. 더 무서운 건 안정성이다. 매출의 73%가 미국 정부에서 나온다. 그중 65%는 국방부(Pentagon) 몫이다. 펜타곤이 존재하는 한, 록히드 마틴은 망하지 않는다.


미국만 바라보는 게 아니다. 최근 국제 정세가 요동치며 주문이 폭주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동이 불타오르자 전 세계가 록히드 마틴의 문을 두드렸다. 유럽, 아시아, 중동 할 것 없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무기만 달라"고 아우성이다. 주가는 480달러를 돌파했다. 전쟁의 공포가 커질수록, 록히드 마틴의 곳간은 넘쳐난다. 냉혹하지만 확실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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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 마틴의 F-35 라이트닝 II

 

하늘의 제왕, F-35…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록히드 마틴의 상징은 단연 F-35 라이트닝 II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하지만 이 비행기를 단순히 '빠른 전투기'로 정의하면 곤란하다. F-35는 하늘을 나는 '데이터 센터'다.


"먼저 보고, 먼저 쏜다."

F-35의 핵심은 스텔스와 센서 융합이다. 적 레이더에는 골프공 크기로 잡힌다. 반면 F-35는 수백 km 밖의 적을 훤히 들여다본다. 레이더, 광학 센서, 통신 장비가 수집한 정보를 헬멧에 통합해 보여준다. 조종사는 마치 게임 화면을 보듯 전장을 지휘한다.


최근 계약 현황도 뜨겁다. 작년 말, 미 국방부는 F-35 생산을 위해 11억 달러(약 1조 6200억 원)를 추가로 쐈다. 2030년까지 부품을 대라는 장기 계약이다. 터키마저 F-35 프로그램 재가입을 노크하고 있다. F-35를 갖지 못한 공군은 현대전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다. 이것이 록히드 마틴이 만든 하늘의 규칙이다.

라파엘이 '방패'라면, 록히드는 '성벽'이다

라파엘의 아이언 돔이 저고도 로켓을 막는다면, 록히드 마틴은 더 높은 곳을 본다. 대기권 밖에서 적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THAAD(사드)와, 그 밑을 방어하는 PAC-3(패트리어트)가 그들의 주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골든 돔(Golden Dome)'이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을 미국 본토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록히드 마틴에게는 기회다. 이미 미 우주군(Space Force)과 미사일 방어 프로토타입 계약을 따냈다. 우주에서 감시하고, 고고도에서 요격한다.


우주 사업도 알짜다. 록히드 마틴은 GPS 위성부터 달 탐사선 '오리온'까지 만든다. 미사일 방어의 눈이 되는 조기경보 위성도 이들 몫이다. 땅, 바다, 하늘도 모자라 우주까지. 록히드 마틴의 방어막은 빈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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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타이클렛(James Taiclet) 록히드 마틴 CEO(왼쪽 첫번째)

 

타이클렛 CEO의 선언, "종이 비행기는 날리지 않는다"

록히드 마틴은 변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의 주문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룡이 아니다. 지난 7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임스 타이클렛(James Taiclet) CEO는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기업 차원에서 자비 제작 프로토타입 사업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것은 방산 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는 승부수다.


타이클렛은 지난 5년간 내부 연구개발(R&D) 예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각 사업부가 예산을 나눠 먹기 식으로 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목받는 프로그램'에 돈을 몰아준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우리는 사실상 산꼭대기에 도착한 거야(Now we're effectively at the mountaintop)."


그가 말한 '산꼭대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바로 '실전형 프로토타입'이다. 종이 위의 설계도가 아니다. 그는 "실험실에 있는 것도, 시험대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주나 공중, 미사일 사격장을 가로질러 날아갈 것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건 실제로 작동하는 장치들이야"라는 그의 말엔 뼈가 있다. 고객(정부)에게 "이게 될까?"라고 묻는 게 아니라, "여기 작동하는 물건이 있다"고 보여주며 지갑을 열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는 "약 1년 내에 자율주행 블랙 호크(헬기) 시제품을 비행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종사 없이 스스로 뜨고 내리는 헬기다. 또한, 6세대 스텔스 기술과 추진 시스템을 기존 F-35와 F-22에 이식하는 시도 역시 자체 자금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 예산이 확정되기도 전에 먼저 만든다. 그리고 증명한다. 이것이 타이클렛이 그리는 록히드 마틴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록히드 마틴과 MS가 함께하는 '생텀(Sanctum)' 프로젝트. 사진=록히드 마틴.jpg
록히드 마틴과 MS가 함께하는 '생텀(Sanctum)' 프로젝트. 사진=록히드 마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다… AI와 극초음속의 결합

덩치가 크다고 둔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록히드 마틴은 누구보다 빠르게 미래를 준비한다.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수혈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동맹이다.


이달 초 발표된 '생텀(Sanctum)' 프로젝트가 그 증거다. 록히드의 무기 체계에 MS의 클라우드와 AI를 심었다. 수천 개의 드론이 떼로 덤벼들 때, 인간의 눈으로는 못 막는다. AI가 순식간에 분석하고 요격 명령을 내린다. 5G와 클라우드가 결합된 무기. 하드웨어의 록히드가 소프트웨어 날개를 단 격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이곳에 록히드 마틴의 '극초음속 통합 연구소'가 들어섰다. 소리보다 5배 빠른 미사일을 개발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앞서나가는 듯했던 극초음속 경쟁에서 판을 뒤집겠다는 의지다. CEO의 말처럼, 그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합병으로 다진 맷집, 실패를 모르는 DNA

지금의 록히드 마틴은 1995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의 '세기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당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전투기의 명가와 미사일의 거장이 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거침없었다. 시코르스키(헬기)를 인수해 '블랙호크'를 품었고, 끊임없이 몸집을 불렸다.


이들의 무서움은 '표준화' 능력이다. 나토(NATO) 회원국 대부분이 F-35를 쓴다. 한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 번 록히드 마틴의 생태계에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다. 부품, 정비, 훈련 시스템이 모두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를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록히드 천하'다.

 

 

미사일을 요격하는 THAAD(사드). 사진=록히드 마틴.jpg
미사일을 요격하는 THAAD(사드). 사진=록히드 마틴

 

K-방산, 거인의 어깨 너머를 보라

대한민국 국군 역시 록히드 마틴의 주요 고객이다. F-35A가 우리 영공을 지키고, 이지스함의 전투 체계가 바다를 감시한다. 록히드 마틴은 우리에게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다. 안보의 파트너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라파엘이 생존을 위해 기술을 갈고닦았다면, 록히드 마틴은 압도적인 자본과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을 장악했다. "위협이 있는 곳에 우리가 있다." 그들의 슬로건처럼, 세계가 불안해할수록 록히드 마틴의 영향력은 커진다.


전쟁은 비극이지만, 기술은 진보한다. 록히드 마틴은 이제 자율주행 헬기와 레이저 무기, 우주 방어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의 절대 강자. 그들의 독주는 당분간, 아니 꽤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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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방산기업②: 록히드 마틴] 전쟁 규칙을 만드는 '절대 반지'… 하늘과 우주를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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