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202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노벨 화학상 수상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jpg
202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노벨 화학상 수상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능을 풀어,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Solve Intelligence. Use it to solve everything else)."


샘 올트먼이 7조 달러를 들여 상업적 제국을 건설하고, 일론 머스크가 로봇 군단으로 물리적 세계를 정복하려 할 때, 런던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연구실은 다른 공기로 흐른다. 이곳의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에게 AI는 주가 부양을 위한 테마주나 말재주 좋은 챗봇이 아니다. 그에게 AI는 인류 지식의 한계를 돌파할 '가장 정교한 현미경'이자 '우주를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으로 AI의 과학적 가치를 입증한 허사비스는, 2025년 숨 고르기를 끝내고 2026년을 '실행(Execution)의 해'로 만들 준비를 마쳤다. 실험실 논문이 실제 환자 생명을 구하는 약이 되고,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변환되는 거대한 '과학 혁명'의 문턱. 2026년, 허사비스가 열어젖힐 미래다.

2024년 노벨 화학상, AI가 '과학'이 될 원년

허사비스의 2026년을 전망하기 위해선, 2024년의 역사적 사건을 복기해야 한다. AI 개발자가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이 파격적인 사건은 인류 과학사에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가 생물학의 50년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했음을 전 세계가 공인했기 때문이다.


2025년을 거치며 알파폴드는 전 세계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제 시선은 2026년으로 쏠린다. 2024년 말 공개된 '알파폴드 3'는 단백질을 넘어 DNA, RNA 등 생명체의 모든 분자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디지털 생물학(Digital Biology)의 산업화 원년'으로 전망한다. 허사비스의 AI는 이제 연구실 모니터를 넘어, 실제 제약 공장의 파이프라인으로 깊숙이 침투할 것이다. 이는 인류가 질병의 원인을 사전에 설계하고 차단하는 '디지털 설계 기반 의료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조모픽 랩스, 'AI 신약'의 실체를 밝힌다

허사비스의 야심은 학문적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이조모픽 랩스(Isomorphic Labs)'를 통해 제약 산업의 게임 룰을 바꾸고 있다.


과거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들었다면, 허사비스는 이 과정을 AI 시뮬레이션으로 수개월 내로 단축시키려 한다. 이미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이 그와 손을 잡았다.


업계는 2026년을 주목한다. 이조모픽 랩스가 설계한 첫 번째 AI 전용 신약 후보 물질들이 임상 시험의 핵심 단계(임상 1~2상)에 진입하여 유효성을 입증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2026년에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면, 이는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이 '우연한 발견'에서 '정교한 계산'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jpg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구글 '제미나이'와 허사비스의 철학적 투쟁

구글 내부에서 허사비스는 복잡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OpenAI의 공습에 놀란 구글은 흩어져 있던 AI 조직을 합병해 허사비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진리를 탐구하던 과학자에게 '상업적 챗봇'을 만들라는 미션은 딜레마였을 것이다.


그러나 허사비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렇게 진화한 것이 2026년의 주력 모델이 될 '제미나이(Gemini)' 시리즈다. 그는 제미나이에 딥마인드 특유의 '강화학습'과 '추론 능력'을 주입하고 있다.


2026년, 제미나이는 단순한 대화형 비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모델들이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와 씨름할 때, 허사비스는 제미나이가 복잡한 수학 난제를 풀고 논문 오류를 검증하는 '디지털 동료(Digital Coworker)'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OpenAI가 인간을 흉내 내는 앵무새를 만들 때,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를 만든다"는 그의 철학은 2026년 기업용(B2B) AI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GNoME과 소재 혁명, 에너지의 미래를 설계하다

허사비스의 시선은 생명과학을 넘어 물리학과 재료과학으로도 뻗어 있다. 2024년 딥마인드가 발표한 신소재 탐색 AI 'GNoME'는 인류가 수백 년간 찾아낸 것보다 많은 220만 개의 신소재 구조를 예측해 냈다.


2026년은 이 데이터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해가 될 것이다. 차세대 배터리 전해질, 고효율 태양광 패널,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 등이 GNoME의 신경망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샘 올트먼이 반도체 공장을 짓고 머스크가 배터리 공장을 늘릴 때, 허사비스는 그 공장의 효율을 극대화할 '물질의 비밀'을 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기도 하다.

 

 

딥마인드가 발표한 신소재 탐색 AI 'GNoME'. 출처=구글.jpg
딥마인드가 발표한 신소재 탐색 AI 'GNoME'. 출처=구글

 

K-바이오와 필연적 결합… "설계는 런던, 생산은 한국"

허사비스가 그리는 미래 설계도는 한국 산업계, 특히 바이오 분야에 거대한 기회이자 과제를 던진다. AI가 완벽한 신약 설계도를 그려낸다 해도, 그것을 실제 약물로 만들어낼 고도의 생산 능력(Manufacturing)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설계는 런던에서, 생산은 송도에서."

2026년, 이 공식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세계적 수준의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은 이조모픽 랩스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 후보다. 허사비스 역시 카이스트(KAIST) 및 서울대 등 한국 연구진과의 교류를 늘리며 한국을 'AI 바이오의 전진기지'로 주목하고 있다. 2026년은 한국이 단순 제조를 넘어, AI 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판가름 나는 해가 될 것이다.

2026년, 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시작할 때

데미스 허사비스는 예의 바른 신사지만, 그가 품은 야망의 크기는 누구보다 파괴적이다. 그는 비즈니스맨들의 소란스러운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인류 지식의 근본을 파고드는 구도자다.


2024~2025년이 AI가 노벨상을 받고 가능성을 입증한 '증명의 시간'이었다면, 2026년은 그 지능이 질병을 정복하고 신소재를 창조하며 우리 삶의 물리적 한계를 깨뜨리는 '실행의 시간'이 될 것이다.


모두가 금광(돈)을 찾아 떠날 때, 묵묵히 지도(지식)를 그리는 사람. 역사는 결국 최후에 남는 것은 가장 시끄러운 자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는 자라고 말한다. 2026년, 허사비스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세계는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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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AI를 이끄는 사람들 ③: 데미스 허사비스] "우주의 비밀 푼다"... AI를 '과학'으로 격상시킨 구글의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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