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 S.p.A.)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정교한 기술력을 무기로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상단에 군림하고 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가 거대한 플랫폼의 판을 짜고, 독일의 라인메탈이 지상의 강철 화력을 상징한다면, 레오나르도는 현대전의 '오감(五感)'이자 '중추신경'을 담당한다. 적을 먼저 보고, 가장 먼저 판단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타격하는 기술. 이탈리아 특유의 감각적인 설계와 첨단 공학이 결합한 이들의 무기 체계는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지형의 필수적인 '디지털 신경망'이 되었다.
레오나르도의 2025년은 그야말로 '르네상스'의 재현이었다. 유럽 재무장 흐름과 중동, 아시아 시장의 수요 폭발은 금고를 유례없이 가득 채웠다.
장부 위에 새겨진 수치는 기업 위상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레오나르도는 약 85억 유로(약 13조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더 주목할 것은 수주 잔고다. 무려 430억 유로(약 66조 9000억 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다. 과거 핀메카니카(Finmeccanica, 기계부문 국영투자공사) 시절 방만했던 사업 구조를 털어내고, 헬기와 전자전, 항공우주라는 '고부가가치 핵심 자산' 위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한 결과다. 이제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정부의 가장 든든한 전략적 자산이자, 유럽 방산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전은 더 이상 단순한 화력 대결이 아니다. 누가 먼저 전자기파 바다를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레오나르도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패를 가른다. 레오나르도 레이더와 센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눈이라 불리는 '캡터-E(Captor-E)' AESA 레이더부터, 스텔스기까지 포착하는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까지 이들의 기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영국, 일본과 공동 추진 중인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에서 레오나르도는 두뇌에 해당하는 '통합 감지 및 비운동성 효과(ISAN)' 시스템을 전담하며 미래 하늘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부품 공급사가 아니다. 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지휘관에게 최적 답안을 제시하는 '지능형 플랫폼' 설계자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레이더 화면 위에서 이미 전쟁은 종료된다"는 자신감은 탄탄한 기술력이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레오나르도의 또 다른 강력한 기둥은 헬기 부문이다. 과거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명성을 계승한 이들의 헬기 라인업은 민수와 군수를 막론하고 전 세계 하늘의 표준이 되었다.
아름다움 속에 치명적인 발톱을 숨겼다. 베스트셀러인 AW139는 전 세계 해상 구조와 VIP 수송 시장을 석권했고, 대한민국 해군도 운용 중인 AW159 '와일드캣'은 대잠수함 작전의 명수로 통한다. 여기에 최근 개발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앞둔 차세대 공격 헬기 'AW249 페니체(Fenice)'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를 결합하여 드론과 협동 작전(MUM-T)이 가능한 미래형 공격 헬기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헬기는 '이탈리아제'답게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그 내면에는 고성능 엔진과 최첨단 항전 장비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전 세계 지휘관들이 레오나르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가장 정밀한 임무 수행과 높은 생존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현재 레오나르도를 이끄는 로베르토 친골라니(Roberto Cingolani) 회장은 물리학자이자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을 지낸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레오나르도에 '디지털 유전자'를 이식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는 금속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짜는 회사다." 2023년 5월 친골라니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의 전장 관리 시스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주 분야 자회사인 '텔레스파지오(Telespazio)'를 통해 위성 통신과 지구 관측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물리적인 미사일 공격만큼이나 위험한 사이버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는 '사이버 보안'을 방산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전장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친골라니가 구상하는 '레오나르도 2.0'의 본질이다.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게 레오나르도는 매우 특별하고도 복잡한 존재다. 때로는 시장을 놓고 다투는 적수로, 때로는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만난다.
경쟁은 치열하고 협력은 긴밀하다. 한국의 경공격기 FA-50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레오나르도의 M-346 훈련기/경공격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 해군의 와일드캣 도입 사례나 항공기 부품 제작 분야에서는 끈끈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 KF-21 고도화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항전 기술은 매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
전문가들은 "레오나르도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6세대 전투기 개발이나 첨단 센서 분야에서 레오나르도가 보유한 방대한 특허와 노하우는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영역이다.
5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을 나는 기계와 장갑차를 상상하며 스케치를 남겼다. 그 위대한 상상은 21세기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보의 예술'을 창조한다. 정교한 센서로 적을 꿰뚫어 보고, 스마트한 시스템으로 전장을 제어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 이것이 레오나르도의 본질이다. 전 세계 전장의 모든 데이터가 이들 센서를 거쳐 흐르는 시대, 레오나르도는 디지털 전장의 가장 영리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진격은 이제 지상을 넘어 우주 궤도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