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큐리티팩트=강철군 기자] 과거 민간 영역의 국가정보원만큼이나 군 내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가 창설 49년 만에 해체된다. 1977년 통합 출범 이후 보안사·기무사로 이름을 바꿔가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 조직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되면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국방부 장관 직속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지난 8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복수의 기관으로 분산하거나 폐지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는 정보와 수사 권한이 단일 기관에 집중되어 발생했던 정치 개입과 위법 행위의 고리를 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 ‘수사·정보·보안’ 3각 분리… 권력 독점 차단
자문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방첩사가 독점하던 권한은 세 갈래로 쪼개진다. 우선 안보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다. 정보 수집 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해온 기존 구조가 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춰볼 때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보안감사 및 장성급 인사검증 지원은 신설되는 ‘중앙보안감사단’이 맡는다.
가장 핵심인 방첩 정보 활동은 새롭게 창설되는 ‘국방안보정보원’이 전담하게 된다. 국방안보정보원은 방첩·방산·대테러 관련 정보 활동과 사이버 보안 임무를 수행하되, 과거 논란이 됐던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적 동향 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장을 군무원 등 민간 인력으로 보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보안사에서 방첩사까지… 오욕의 역사 종지부
방첩사의 모태인 국군보안사령부는 1977년 출범 이후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등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뒷받침했다. 이후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로 ‘기무사’로 개편됐으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및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첩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방첩사’로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강화했지만, 결국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사령관 등이 정치인 체포
시도와 선관위 병력 투입에 가담하면서 해체라는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됐다.
홍현익 자문위 위원장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혁은 국가안보의 핵심인 방첩과 보안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면서 “이번 권고안이 군 방첩과 보안 기능의 전문성을 높이고, 각 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자문위 권고를 토대로 연내 해체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군 정보기관의 해체가 군의 진정한 정치적 중립과 민주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