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2026년 1월, 이란의 겨울은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신정 체제가 미증유의 존립 위기를 맞았다. 경제적 불만에서 점화된 불길은 이제 체제 전복을 요구하는 전국적 봉기로 확산했다.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의 셔터는 내려졌고, 거리에는 최루탄 연기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함성이 교차한다. 이란 정권은 인터넷 전면 차단이라는 극단적 처방으로 대응 중이다. 정보의 암흑 속에서 비극은 깊어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란 내부 상황은 '통제된 학살'의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일 현지 시각 기준, 인권 단체들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민 490명과 보안군 48명 등 최소 53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불과 며칠 전 100명 안팎이던 수치가 급증한 것은 정권의 진압 강도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방증한다. 수도 테헤란의 카리즈악 법의학센터 외부에 시신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모습은 현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병원들은 이미 전장이나 다름없다. 부상자가 넘쳐나고 수혈용 혈액은 바닥을 드러냈다. 보안군은 시위대 안구와 머리를 직접 조준 사격하고 있다. 체포된 인원도 1만 명을 상회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지도부는 시위대를 '테러리스트' 혹은 '신의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대대적인 유혈 진압과 사형 집행을 앞둔 '학살의 암호'로 통한다. 그럼에도 시위는 31개 주 전역, 180여 개 도시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깊고 복합적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붕괴한 경제다. 작년 12월 말, 이란 리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145만 리알까지 추락했다. 11월 대비 식품 가격은 72% 폭등했고 의료용품은 50% 이상 치솟았다. 빵 한 덩이를 사기 위해 전 가족의 하루 벌이를 쏟아부어야 하는 지경이다. 서민들의 고통은 곧 정권 지지층이었던 상인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기후 위기와 실책이 맞물린 물 부족 사태도 분노를 부채질했다. 이란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강은 말랐고 도시는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탓에 만성적인 정전까지 일상화됐다. 정권은 이를 해결하는 대신 "적대 국가들이 비구름을 훔치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유포했다. 대중은 실소했다. 인프라의 실패가 정치적 각성으로 전이된 순간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의 군사 충돌로 드러난 정권의 무능이 결정타가 됐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의지다. 트럼프는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당신들이 쏘면 우리도 쏠 것"이라는 경고는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군사 타격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단말기 보급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스타링크는 정보 봉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카드다. 이란 정권이 인터넷을 끊어 시위대의 조직화를 막으려 하자, 미국은 위성을 통해 '정보의 자유'를 직접 배달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는 이란 지도부에게 물리적 폭탄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직접적인 군사 행동이 오히려 이란 내 민족주의를 자극해 정권을 중심으로 결집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즉각적인 자제와 통신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과도한 무력 사용에 충격을 표명하며 최대한의 자제를 권고했다. 로베르타 메촐라 EU 의회 의장은 "지금이 여러분의 시간"이라며 이란 시위대를 공개 지지했다. 반면, 카타르 등 이란 인접 파트너들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가져올 지역적 파멸을 경계하며 중재안을 고심 중이다.
이스라엘 입장은 묘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각료 회의에서 시위대 용기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방어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 전문가들은 미국 공격이 오히려 이란 정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태가 철저히 내부 힘으로 해결되어야 정권 붕괴의 명분이 선다는 논리다.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권이 여전히 견고한 공권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혁명수비대(IRGC), 정보기관, 사법부 등 체제의 다섯 기둥이 아직 이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직화된 야당 지도자가 부재하다는 점도 정권에게는 기회다. 전 샤의 아들 레자 팔라비가 대안으로 거론되나, 국내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다는 진단이 더 힘을 얻는다. 공포가 더 이상 국민을 통제하지 못한다. 이미 9천만 인구 중 상당수가 체제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세금은 63%나 인상될 예정이며, 이 돈은 다시 군비와 종교 기관에 투입된다. 국민은 이 악순환을 끊고 싶어 한다. 체제는 이미 정통성과 경제적 자생력을 잃은 '좀비' 상태다.
결국 13일로 예정된 백악관 안보 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결정에 따라 중동 지도는 다시 그려질 수 있다. 이란은 이제 선택 여지가 없다. 탄압은 비용이 너무 크고, 양보는 붕괴를 가속할 뿐이다. 2026년 테헤란의 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역사가 되고 있다. 밤이 깊어도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시간은 시위대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