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의 E-4B 모습/출처=위키피디아
[시큐리티팩트=강철군 기자] "E-4B가 뜨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하늘이 최선이지만, 이
기체가 하늘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적대국에는 가장 강력한 핵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평소 평온하던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 상공에 거대한 백색 기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전 세계 항공 마니아들과 정보기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미 공군의 가장 은밀한 전략 자산이자 핵전쟁 지휘소인 E-4B '나이트워치(Nightwatch)'가 1974년 운용 개시 이후 무려 52년 만에 민간 공항인 LAX에 바퀴를 내린 것이다.
이번 E-4B의 등장을 두고 당시 미국 현지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LA 타임스와 뉴욕 포스트는 "반세기
만의 LAX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와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위협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시민들이 느낀 '핵전쟁 불안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는 "트럼프 행정부가 적대국들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분석하며, 이번 비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미 본토 지휘부가 언제든 공중으로 분산되어 반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적 시위'라고 평가했다. 항공 전문 매체 A2Z는
"E-4B의 움직임이 곧 전쟁을 의미하진 않지만, 미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억제력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비행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자유의 무기고(Arsenal of Freedom)' 순방 일정의 일환이었다. 장관은 8일 LAX에 도착해 하루간 머문 뒤 9일 오후 이륙했다. 그는 직접
E-4B에 탑승해 남부 캘리포니아의 방위 산업 기지를 점검하고 군 모병을 독려함으로써, 이
기체가 가진 '국가 지속성(Continuity of
Government)'의 의미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보잉 747-200 기종을 개조한 E-4B는 국가공중작전센터(NAOC)역할을 수행한다. 이 기체의 존재 목적은 명확하다. 지상의 모든 지휘 시설과 통신망이 핵 공격으로 파괴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탑승해 전 세계 미군을 지휘하고 핵 보복 공격을 명령하는 '하늘 위 움직이는 펜타곤'이다.
전 세계에 단 4대만 운용되는 이 기체는 '야경꾼' 또는 '둠스데이
플레인'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특징은 아날로그와 하이테크의
기묘한 공존이다. 최첨단 항공기임에도 조종실에 구식 아날로그 계기판을 유지하는 것은 핵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EMP)에 디지털 장비가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철저한 생존 설계다.
기체 전체에 EMP 차폐 처리가 되어 있으며, 꼬리 부분에는 약 8km 길이의 초저주파(VLF) 안테나를 탑재해 심해의 핵잠수함(SSBN)에 직접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중 급유 시 이론적으로는 일주일 이상, 물리적으로는
수일간 지상 도움 없이 작전이 가능하다.
3층 규모의 거대한 작전실에는
112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상층부에는 조종실과 휴게 공간이, 중층부에는 지휘관 집무실과 작전 본부가, 하층부에는 서버실과 기계
설비가 배치되어 있다.
미 공군은 기체 노후화에 따라 차세대 공중지휘기인 SAOC(Survivable
Airborne Operations Center, 가칭 E-4C)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자인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을 통해
대한항공으로부터 보잉 747-8i 기체 5대를 약 9183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개조 작업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항공 혁신 기술 센터(AITC)와
위치타 주립대학의 국립 항공 연구소(NIAR) 등에서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주요 공정은 기체 보강 및 차폐다. 민간 여객기 수준의 기체를 뜯어내고
핵폭발 충격과 방사능, EMP를 견딜 수 있는 특수 합금 및 차폐 코팅을 적용한다. 새 기체 역시 디지털-아날로그 하이브리드 형태로 설계된다. 최신 오픈 아키텍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핵심 지휘 계통에는 EMP 저항력이
검증된 물리적 회로를 병행 배치한다. 또한 기체 상부에 다수의 레이돔을 장착해 전 세계 67개 이상의 위성과 실시간 교신하는 '공중 서버실'로 거듭나게 된다. 첫 번째 차세대 기체는 이미 2025년 8월 초도 시험 비행에 돌입했다. 2030년대 중반까지 현역 E-4B를 대체해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