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모습.출처=한화오션
[시큐리티팩트=강철군 기자] 총사업비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최종 제안서 마감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업체인 한국과 독일의 수주전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단순 함정 성능을 넘어 구매국에 제공하는 반대급부인 ‘절충교역(오프셋)’ 규모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캐나다 정부는 숏리스트에 오른 한국과 독일에 함정 건조 비용의 100%에 달하는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포함된 ‘방산 특사단’ 구성을 검토 중이다. 다음 주 중 캐나다를 방문해 산업 협력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대표팀 '한화오션' 또한 수주를 위한 현지화에 힘을 보강했다. 21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활동을 전담할 캐나다 지사장으로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 전 록히드마틴 캐나다 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 중령 출신으로 22년간 작전 전술
장교 및 초계함 부함장을 역임한 현지 군사 전문가다.
그는 퇴역 후 록히드마틴 캐나다에서 할리팩스급 초계함 현대화 사업을 총괄했다. 캐나다 전투관리시스템(CMS-330)의 사업 개발부터 수출까지 담당한 이력이 있다. 한화오션은 코플랜드 지사장이 보유한 캐나다 국방부 및 정·재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산업·기술혜택(ITB) 제안을 정교화할 방침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힘을 보탠다. 현지 매체인 ‘더 글로브 앤 메일’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한국 측에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입찰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며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부르몽 공장 사례를 고려해 공장 신설에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로보틱스나 수소 에너지, 도심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산업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역시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사와의 기존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군용기 MRO 및 정비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기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노르웨이 합작 개발 모델인 '212CD'형 잠수함 모습. 출처=EDR 뉴스
이에 반해 현재 나토(NATO) 회원국이 운용 중인 재래식 함대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는 독일의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최신형 ‘212CD급’ 잠수함을 제안했다. 강력한 우방국 간의 보급망 및 유지보수(MRO) 체계 공유도 약속했다.
특히 수십 년간 검증된 잠수함 건조 경험과 더불어, 최근 캐나다 퀘벡의
정밀 제조사 ‘마르멘(Marmen)’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 잠수함 선체를 캐나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캐나다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퀘벡주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지정학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여기에 독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파격적인 경제 협력 패키지까지 꺼내 들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TKMS는 잠수함 공급과 별개로 노르웨이
및 독일 기업들과 연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캐나다 정부와 논의 중이다.
이 패키지에는 ▲희토류 및 핵심 광업 개발 ▲인공지능(AI) 기술 협력 ▲자동차
배터리 생산 시설 투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TKMS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CEO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더 이상 잠수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그 이후의 것들"이라며, 캐나다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 협력이 수주의 최종 목표임을 시사했다. 특히 독일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와
같은 우주 스타트업까지 투자 논의에 포함시키며 산업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CPSP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건조비 20조 원에 30년간의 운영·유지(MRO) 비용 40조 원을 합산하면 총 60조 원에 달한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의 성패가 단순 기술력을 넘어선 '패키지
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정부가 민간 기업에 무리한 투자를 강요하기보다 캐나다의
자원과 한국의 제조 기술을 결합한 국익 중심의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3월 2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접수하며, 올해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