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1 (수)
 
K-9 자주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jpg
K-9 자주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큐리티팩트=김효진 기자] 2026년 현재, 전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다. 과거 '가성비 좋은 대안' 정도로 치부되던 한국 무기는 이제 전 세계 지상전의 기준을 다시 쓰는 '프리미엄 솔루션'으로 격상됐다. 냉전 종식 이후 서구권이 잠시 멈춰 섰던 시간 동안, 한국은 쉼 없이 궤도를 굴리고 포신을 닦아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도약은 냉정한 숫자로 확인된다.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조 2735억 원 규모다. 더 눈에 띄는 지표는 수주 잔고다. 2025년 9월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확보한 일감은 약 103조 원을 기록했다. 폴란드와의 2차 실행계약, 루마니아의 K-9 도입, 그리고 호주 레드백(Redback) 양산이 맞물리며 한화의 엔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속력으로 회전하고 있다.   

 

 

미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맞춘 차륜형 K9A2.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jpg
미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맞춘 차륜형 K9A2.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50%, 'K-9 썬더'의 독주

한화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무기는 단연 K-9 자주포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K-9은 이제 단순한 무기를 넘어 '지상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의 반격이 시작되기 전 포탄을 쏟아붓고 즉각 이탈하는 '슛앤스쿠트(Shoot & Scoot)' 능력은 현대 포병전의 생존 법칙이다.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나토(NATO) 회원국들이 잇따라 K-9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능은 독일의 PzH2000에 근접하면서도, 가격과 납기일에서는 확연한 우위를 점한다. 전쟁은 결국 숫자와 시간 싸움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K-9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근 공개된 K-9A2 모델은 완전 자동화 포탑을 적용해 승무원 수를 줄이고 사격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AI 기반 원격 사격과 자율 주행을 염두에 둔 K-9A3 개발도 병행 중이다. 미래는 이미 포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는 더 이상 쇠를 깎아 포를 만드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전장의 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레드백(Redback) 장갑차.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jpg
레드백(Redback) 장갑차.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숲을 뚫고 나온 '레드백', IFV 판도를 바꾸다

K-9이 한화의 어제와 오늘이라면, 레드백(Redback) 장갑차는 현재와 그 이후를 가리킨다. 호주 육군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독일 링스(Lynx)를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된 장면은 방산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글로벌 방산업계의 거인을 정면에서 꺾었다.


호주에 서식하는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은 설계 초기부터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접근했다. 복합소재 고무 궤도와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어체계를 결합해 기동성과 생존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단순한 성능 비교를 넘어, 실제 전장에서 병사가 살아남을 확률을 기준으로 한 설계였다.


레드백의 승리는 한국 방산 산업의 위상을 분명히 보여준다. 라이선스 생산이나 개량형 개발에 머물지 않고, 독자 플랫폼으로 세계 최고 수준 경쟁자와 맞붙어 승리했다는 점에서다. 현재 레드백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로부터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상군의 발이 되는 장갑차 시장에서 한화는 점점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폴란드형 천무 HOMAR-K에서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출처=한화에에로스페이스.jpg
폴란드형 천무 HOMAR-K에서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출처=한화에에로스페이스

 

포와 전차에 유도미사일까지… '천무'가 완성한 삼각편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전 포트폴리오는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 다연장 유도무기 체계 '천무'가 더해지면서, 한화는 포병·기동·유도화력을 아우르는 완성형 지상전 솔루션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급 천무 유도미사일(CGR-080) 공급을 위한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총사업비는 5조 6000억 원 규모다. 2022년 기본 계약 체결 이후 약 3년간 차질 없는 납기 이행으로 쌓아온 신뢰가, 결국 대형 추가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 방산기업 WB일렉트로닉스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 '한화-WB 어드밴스드 시스템(HWB)'을 통해, 폴란드 현지 전용 생산 공장에서 유도미사일을 생산해 폴란드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역내 무기 우선 구매를 장려하며 방산 블록화를 강화하는 흐름에, 현지 생산이라는 방식으로 선제 대응한 사례로 해석된다.


포병 화력의 K-9, 기동 플랫폼인 레드백, 그리고 장거리 정밀 타격 수단인 천무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개별 무기 체계를 넘어, 전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기업으로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2025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파이살 알 반나이 EDGE 그룹 CEO와 업무 미팅을 하고 있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jpg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2025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파이살 알 반나이 EDGE 그룹 CEO와 업무 미팅을 하고 있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거대 엔진의 선장' 김동관 부회장, 시선은 지구 밖으로

이 거대한 엔진의 조종석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앉아 있다. 그는 흩어져 있던 한화그룹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이름 아래로 묶었다. 지상, 해상, 항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는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무기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결합한 '토털 솔루션' 전략은 상대국 국방부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그의 시선은 이제 지구 밖을 향한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한화는 발사체, 위성, 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의 구상에서, 하늘 위에도 또 다른 길이 놓여 있다. 지상을 장악한 기술력이 대기권을 넘어설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정체성은 다시 한 번 확장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핵심, '현지화'의 미학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다른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구분 짓는 핵심 키워드는 '현지화'다.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미국 기업들과 달리, 한화는 폴란드와 호주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양성하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한다.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보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선택이다.


2026년 현재, 폴란드에서 생산될 K-9PL과 호주에서 양산될 레드백은 한화의 전략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의 로고가 찍힌 궤도 차량이 현지 병력과 함께 움직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상전 표준, 이제 한화에어가 쓴다

전쟁 양상이 드론과 미사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도, 결국 전쟁의 끝을 결정짓는 것은 지상군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 단순한 진실을 가장 집요하게 파고든 기업이다. 강철은 여전히 뜨겁고, 그 엔진은 아직 멈출 기미가 없다. 사브가 '강소국의 자존심'을 상징했다면, 한화는 신흥 강자의 패기와 이미 검증된 실력으로 방산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한국 방산 수출 성과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성으로만 설명하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 수십 년간 휴전선을 마주하며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이제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 2026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써 내려가는 이 기록은 한국만의 성공담에 머물지 않는다. 그 기록은, 전 세계 지상전 무기 체계가 향하고 있는 미래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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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방산기업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레드백·천무 '지상전 삼각편대', 세계 전장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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