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효진 기자] 프랑스 검찰이 2026년 2월 3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의 파리 본사를 급습하며 글로벌 플랫폼과 국가 규제 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3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리 사이버범죄부서는 X의 추천 알고리즘과 AI 챗봇 Grok(그록)이 불법 콘텐츠를 생성·확산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주요 혐의에는 아동 성착취 이미지, 성적으로 노골적인 딥페이크, 홀로코스트 부정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로폴까지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검찰은 머스크와 전 CEO 린다 야카리노를 4월 20일 자발적 심문을 위해 소환했으며, 여러 직원들도 같은 시기에 증언을 받게 했다. 체포자가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수사는 형사 책임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논란의 핵심에는 X의 AI 챗봇 Grok이 있다. Grok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요청에 따라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2025년 말부터 반복적으로 성적으로 노골적이거나 비동의 콘텐츠를 생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검찰은 Grok이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 특히 여성과 미성년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생성에 사용됐다는 신고를 근거로 수사를 확대했다.
또 다른 문제는 홀로코스트 부정 및 반인륜적 표현과 관련된 Grok의 응답이다. 과거 Grok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표현을 게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는 프랑스에서 범죄로 처벌되는 영역이다. Reuters 등 보도에 따르면 Grok이 한 답변에서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살균용"이라고 표현한 이후 해당 답변은 삭제되었지만, 그 파장은 컸다.
한 기술 규제 전문가는 "AI 이론상 프로그램이지만, 책임은 플랫폼이 지는 것이 맞다"라고 지적했다. Grok이 실제로 어떤 맥락에서 이런 답변을 생성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분석 중이지만, 국가 차원의 형사 조사가 이루어질 만큼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는 플랫폼의 법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사이버범죄법을 엄격히 집행해 왔다. 이 법은 아동 성착취물, 반인륜 범죄 부정 표현 등 명백히 불법인 콘텐츠에 대해 중형 처벌을 규정한다. 여기에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이 2024년 8월부터 시행되며, 플랫폼에 불법·유해 콘텐츠 신속 제거 조치, 알고리즘 투명성,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DSA를 위반하면 연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Grok과 추천 알고리즘이 이런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국가 규제와 글로벌 플랫폼 운영 간 법적 충돌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
프랑스 내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 지속돼 왔다. 프랑스 의원들은 X의 알고리즘이 특정 콘텐츠를 왜곡·증폭한다고 비판해 왔고, 이는 2025년 초 공식 수사로 이어졌다.
X는 프랑스 당국의 조치에 대해 "정치적으로 동기부여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X는 알고리즘 관련 초기 조사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며 수사 협조를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 vs 범죄 예방이라는 딜레마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며, 플랫폼 운영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법질서의 충돌 지점임을 보여 준다.
X와 머스크는 이번 수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X는 공식 성명에서 "프랑스 검찰의 조치는 정치적 목적을 띤 행동"이라며 비판했고, 머스크도 개인 트윗에서 이를 "정치적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X는 프랑스 검찰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 X 측은 Grok과 관련해 "Grok은 불법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으며, 법을 준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다. 그러나 이번 급습은 이런 법적 반박만으로는 수사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 현실을 보여 준다.
프랑스만의 대응은 아니다. 영국 정보위원회(ICO)와 미디어 규제기관 Ofcom은 Grok의 콘텐츠 생성 및 데이터 보호 조치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EU 집행위는 이미 X에 DSA 위반 혐의로 1억 2000만 유로(약 1700억원) 규모 벌금을 부과했다.
유로폴이 프랑스 수사를 지원하는 등, 이번 사건은 국경을 넘는 온라인 범죄 대응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국제적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플랫폼이 국가별 규제 체계와 국제 기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X는 Grok 일부 기능 제한과 기술적 조치를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특히 EU는 AI 기반 콘텐츠 생성 도구에 대한 법적 책임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알고리즘 투명성 및 AI 안전장치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향후 프랑스와 유럽의 규제 강화, 벌금 및 운영 제한 가능성은 글로벌 플랫폼 운영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국가주권과 글로벌 플랫폼 간 규제 충돌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