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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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2026년 2월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일본 집권 연립인 자민당(LDP)과 일본유신회(JIP)가 중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이 결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방위비 증액, 안보 법제 강화, 평화헌법 개정 논의 등 그간 추진해 온 안보 노선을 제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주목되는 지점은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대만 유사시’ 인식이다. 그는 2025년 말 한 강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는 일본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대만 문제를 일본의 생존 문제와 직접 연결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선거 승리로 정치적 제약이 크게 줄어든 지금, 질문은 보다 구체적으로 바뀐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에 실제로 참전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정치적 의지는 강화됐지만, 제도적 제약은 남아 있다

일본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법·제도적 틀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안보법제를 통해 ‘존립위기사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제한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다만 일본 방위성이 발간한 최신 『방위백서』에서도 명시돼 있듯, 이 요건의 적용은 “사안별로 엄격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규정돼 있다. 대만은 일본의 조약상 동맹국이 아니며,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 외교 노선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유사시 자위대의 직접 전투 참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미군에 대한 무력 공격 △주일 미군 기지에 대한 위협 △해상 교통로(SLOC)의 중대한 차단 등 일본의 존립에 대한 명확한 위험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일본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은 이러한 해석을 정치적으로 확대할 여지를 제공하지만, 헌법과 기존 안보법제의 틀 자체가 자동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방위비는 늘었지만, ‘원거리 전쟁’ 준비는 별개 문제

일본은 이미 방위력 강화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단계적으로 GDP 대비 2%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장거리 반격 능력, 미사일 방어, 우주·사이버 영역 전력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조사국(CRS)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공통적으로 일본의 전력 구조가 여전히 “본토 방어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평가한다. 대만 유사시는 일본 열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장기간 고강도 작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지속적인 해·공군 투사 능력과 안정적인 보급 체계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해상자위대는 최신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 산하 보고서들은 탄약 비축량과 장기 분쟁 시 보급 지속성에 대해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해 왔다. 항공자위대 역시 F-35 도입 등 현대화는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전투 손실을 상정한 전력 회복 능력은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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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 출처=연합뉴스

 

핵심은 ‘참전’이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국제 안보 연구기관들은 일본의 대만 유사시 역할을 단계적으로 구분해 분석한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미군 기지 제공, 정보 공유, 후방 지원에 집중하는 ‘간접 개입’이다. 오키나와와 규슈 일대 주일 미군 기지는 이미 미국 측 공식 문서에서도 대만해협 위기 시 핵심 거점으로 명시돼 있다.


두 번째는 일본 주변 해역에서의 해상 교통로 보호와 미사일 방어 임무다. 이는 일본 본토 방어와 직결되며, 현행 법제 아래에서도 비교적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논쟁적인 시나리오는 미군과 함께 대만 인근에서 직접 교전에 참여하는 형태다. 이 경우 일본은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일본 정부가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억지력 강화’ 논리와도 충돌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이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지만,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문서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표현이 유지되고 있다.

압승이 만든 기회이자 딜레마

다카이치 총리의 선거 압승은 일본 안보 정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임은 분명하다. 방위비 증액과 전력 강화, 헌법 개정 논의는 이전보다 현실적인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정치적 정당성이 곧바로 군사적 준비 태세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대만 유사시는 일본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에 가깝다.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일본 사회와 경제, 안보 환경에 어떤 비용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선거는 끝났지만, 안보에 대한 질문은 이제 시작됐다. 일본이 대만 유사시에 ‘참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일본이 어떤 국가가 되려 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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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다카이치 압승, 일본은 대만 유사시 참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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