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출처=L3해리스.jpg
출처=L3해리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현대전의 승패는 더 이상 가장 큰 포성을 울리는 쪽이 결정하지 않는다. 적보다 먼저 듣고, 적 통신을 먼저 가로막으며, 아군 정보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쪽이 전장의 주도권을 쥔다.


보잉 폭격기가 포효하고, 스페이스X 로켓이 대기권을 뚫을 때,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망을 설계하는 기업이 있다. 2019년 L3 테크놀로지스와 해리스 코퍼레이션 합병으로 출범한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다.


합병 당시만 해도 '전자장비 통합 업체'라는 평가가 뒤따랐지만, 2026년 현재 L3해리스는 통신·전자전·정보·감시·정찰(ISR)·우주 시스템을 아우르는 네트워크 중심 방산 기업으로 재편됐다. 전투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전투기가 싸울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기업에 가깝다.

합병으로 탄생한  고부가가치 방산 기업

L3해리스의 출발점은 명확했다.


L3는 정보·감시·정찰(ISR) 장비와 전자광학 센서, 특수 임무 항공기 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해리스는 군용 통신, 전술 무전기, 위성 통신 분야의 대표 기업이었다.


두 회사 결합은 플랫폼 제조사가 아닌, 전자·네트워크 중심 고부가가치 방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


이후 2023년, L3해리스는 미국 로켓 엔진 제조사인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를 인수하며 추진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미사일 추진체, 우주 발사체 엔진, 전략무기용 고체 모터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현재 L3해리스는 약 4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 매출은 20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한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주잔고는 300억 달러(약 43조 원) 중후반 수준으로, 중장기 수익 기반도 안정적인 편이다.


크리스토퍼 쿠바식(Christopher Kubasik) 회장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 중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대형 플랫폼 제조사와 차별화된 전자·센서 중심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L3해리스는 대한지질청(KMA)의 정지궤도 기상위성 GEO-KOMPSAT-5에 첨단 영상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LigNex1.jpg
L3해리스는 대한지질청(KMA)의 정지궤도 기상위성 GEO-KOMPSAT-5에 첨단 영상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LigNex1

 

핵심은 통신…미 육·해·공군과 나토서 운용

L3해리스의 핵심은 통신이다.


이 회사의 팔콘(Falcon) 계열 소프트웨어 정의 무전기(SDR)는 미국 국방부를 포함한 다수 국가 군대에 공급되고 있다. SDR은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주파수와 암호 체계를 적용할 수 있어,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미 육·해·공군은 물론 나토(NATO) 회원국 군대가 해당 장비를 운용 중이며, 병사 개인 장비부터 전투기·지상 차량·함정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전 영역 통합 지휘통제(JADC2·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구상에서도 L3해리스는 통신·데이터 링크·센서 통합 분야에서 핵심 협력사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과 연동되는 전술 네트워크 기술은 최근 우주 기반 방위 체계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F-16 전투기용 통합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 출처=L3해리스.jpg
F-16 전투기용 통합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 출처=L3해리스

 

보이지 않는 방패,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

통신이 '혈관'이라면, 전자전은 '보이지 않는 방패'다.


L3해리스가 개발 중인 F-16용 통합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Viper Shield, AN/ALQ-254(V)1)'는 적 레이더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자동 대응 전파를 방출하는 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미 공군 현대화 사업과 맞물려 있다.


또한 L3해리스는 미 해군과도 전자 스펙트럼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항공기·함정 탑재 전자 방해 장비는 스텔스 플랫폼과 결합해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무인기와 인공지능(AI) 기반 무기 체계가 확대될수록 전자기 스펙트럼 통제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센서, 우주 분야서 돋보이는 존재감

L3해리스는 센서와 항공기 개조 분야에서도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해상 감시 레이더, 특수 임무 항공기 개조 패키지 등은 미 특수전사령부와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민간 항공기를 정찰·감시 플랫폼으로 개조하는 사업 역시 이 회사의 강점 중 하나다.


이는 전통적 무기 제조사와 달리, 플랫폼 내부의 '두뇌와 감각'을 설계하는 영역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L3해리스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회사는 군사용 위성 탑재체와 미사일 경보 센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NASA 및 미국 우주군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 이후에는 전략무기 추진체와 우주 발사체 엔진 분야까지 포함되면서 사업 스펙트럼이 확대됐다. 이는 통신·센서 중심 기업에서 추진체까지 아우르는 구조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차세대 공중 조기 경보 및 제어 솔루션인 AERIS의 조감도. 출처=L3해리스.jpg
차세대 공중 조기 경보 및 제어 솔루션인 AERIS의 조감도. 출처=L3해리스

 

한국 항공통제기 사업자 선정

L3해리스는 한국 시장에서도 통신·항공전자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9월 방위사업청이 추진한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 글로벌6500 기반 기체가 최종 선정되면서, 한국 공군의 공중 감시·항공통제 역량 강화 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사업 규모는 약 3조 원대로 알려졌다.


공중 조기경보통제기(AEW&C)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공중 지휘통제 자산으로, 탐지·식별·지휘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회사 측은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 임무 시스템을 통해 향후 업그레이드와 동맹 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보다 데이터 통합 능력이 평가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기의 '디지털 신경망' 구축하는 기업

L3해리스는 군사용 위성 탑재체와 미사일 경보 센서 사업에도 참여하며 미국 우주군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진체 사업 편입 이후에는 전략무기와 우주 발사체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며 감시·통신·경보 체계를 항공에서 우주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전투기와 미사일이라는 플랫폼을 상징한다면, L3해리스는 그 플랫폼을 연결하고 보호하는 디지털 구조에 가깝다.


통신, 전자전, 센서, 우주, 자율 군집 운용. 눈에 보이는 무기가 아니라, 무기가 작동하는 체계를 설계하는 기업. 현대전이 다영역·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L3해리스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7284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계의 방산기업⑳: L3해리스] 통신·전자전·우주까지… '보이지 않는 전장'의 설계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