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효진 기자] 2026년 현재, 생성형 AI 경쟁이 초거대 모델 중심의 '파라미터 전쟁'을 지나 실용성과 책임성의 단계로 이동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시 두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페이페이 리(Fei-Fei Li) 스탠퍼드대 교수와 앤드루 응(Andrew Ng) 박사다.
이들은 단순히 AI 기술을 발전시킨 과학자가 아니다. 모델을 가장 크게 만든 인물도, 자본을 가장 많이 모은 CEO도 아니다. 그러나 2026년 산업의 전환기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AI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초거대 모델 경쟁이 비용 급등과 독점 구조, 규제 압박이라는 벽에 부딪힌 지금,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중심 설계"와 "데이터 품질"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본질이 중요해진다는 메시지다.
페이페이 리 "AI는 인간 대체 아닌 증강 지능"
'현대 시각 지능의 어머니'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 교수는 2009년 시작된 이미지넷(ImageNet) 프로젝트를 통해 딥러닝 혁명의 토대를 닦았다. 약 1,400만 장 이상의 이미지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2012년 이미지넷 대회에서 알렉스넷(AlexNet) 이 압도적 성능을 보이며 딥러닝 붐이 본격화됐다. 이는 AI 역사에서 상징적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그는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 공동 설립자로 활동하며 인간 중심 AI 원칙을 제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 교수는 여러 강연과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 즉 증강 지능"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기술 성능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 윤리적 설계, 다양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접근이다.
2024년 그는 3차원 공간 이해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월드 랩스(World Labs) 를 공동 설립했다. 당시 관련 투자 소식을 전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AI가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 지능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됐다.
이는 텍스트 중심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넘어, 현실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AI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리 교수가 강조해온 인간 중심 철학이 기술 방향으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출처=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앤드루 응 "모델보다 데이터가 성능을 좌우한다"
앤드루 응(Andrew Ng) 박사는 2011년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 공동 창립을 통해 딥러닝을 산업 현장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2012년 유튜브 데이터를 활용한 '고양이 인식' 실험은 AI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2012년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 를 공동 창업해 AI 교육을 대중화했고, 이후 딥러닝.AI 와 랜딩 AI를 통해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모델을 구축해왔다.
응 박사가 최근 수년간 일관되게 강조해온 개념은 '데이터 중심 AI'다. 모델 규모를 키우는 대신 데이터 정제·라벨링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성능 향상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여러 학회와 산업 강연에서 "많은 기업이 모델 개선에 집착하지만, 실제 병목은 데이터 품질에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는 대규모 자본이 없는 기업에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거대 모델 경쟁이 '규모의 경제'라면, 데이터 중심 AI는 '설계의 경제'에 가깝다.
왜 이 둘인가… 성능 경쟁 이후의 시대를 설명하는 인물들
이 시리즈가 단순히 "AI를 가장 크게 만든 사람"을 다루는 기획이라면, 다른 이름이 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26년의 화두는 더 이상 파라미터 숫자가 아니다.
모델 시대에서 구조 시대로, 성능 경쟁에서 책임 경쟁으로, 독점에서 민주화로 이동하는 전환기다.
리 교수는 인간 중심 AI와 공간 지능을 통해 기술의 사회적 방향을 설계하고 있고, 응 박사는 데이터 중심 AI와 교육을 통해 AI의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AI를 '권력'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인간 중심 AI와 공간 지능을 통해 기술의 사회적 방향을 설계한다. 출처=Databricks
한국 제조업에서 검증되는 데이터 중심 접근 주목
응 박사는 한국 제조업 사례를 강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특히 반도체·전자·자동차 산업에서 활용되는 시각적 결함 검사는 데이터 중심 AI 접근이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분야로 소개된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생산 라인의 불량 판독 자동화에 AI를 도입해왔고, 이는 랜딩 AI 전략과 맞닿아 있다.
리 교수 역시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와 여성 과학자 네트워크 행사에서 다양성과 포용적 기술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 모델은 국내 일부 대학의 '인간 중심 AI' 교육 과정 설계에 참고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이 지능을 만들고, 지능이 미래를 바꾼다
초거대 모델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가 오픈소스 전략으로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면, 페이페이 리와 앤드루 응은 기술의 철학적·교육적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AI를 알고리즘 경쟁이 아닌, 인류의 새로운 교양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