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미옥 기자] 2월 24일(현지 시각)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북한·한국·한반도는 사실상 언급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8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과 한국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공개한 연설 원문에서도 'North Korea', 'South Korea', 'Korea'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외신 분석이 있다.
이는 과거와 대조된다. 2018년 1월 첫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보다 더 완전하고 잔인하게 자국 시민을 탄압하지 않았다",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라며 북한의 핵 위협을 직접 언급했다.
당시 연설에는 탈북자 지성호 씨가 초대된 장면이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국정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된 대표적 사례로 기록돼 있다.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현안(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국경 통제, 세금)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개하면서 외교·안보 비중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설과 달리, 미국 정부의 공식 전략 문서에서는 북한은 계속해서 안보 위협으로 규정돼 있다. 2022년 발표된 미 국방부의 국가방위전략(NDS)은 북한을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persistent nuclear and missile threat)"으로 명시했다.
미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핵탄두 보유 가능성과 탄도미사일 시험이 안보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2024 회계연도 미 국방예산에는 주한미군 약 2만8500명 유지와 한미 연합 대비태세 강화 방침이 포함돼 있다. 이는 연합 방어 역량 강화를 위한 병력 유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전략 기조를 바꿨다. 2022년에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고, 2023년에는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비핵화 협상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2023~2025년 사이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이 미국 정부와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이 복합화되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납세자의 부담"과 "공정한 분담"을 강조했다는 보도가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한국이 일부 부담하는 체계로, 1991년부터 이어져 왔다. 11차 SMA(2020~2025)는 1.1833조원 수준에서 출발해 이후 몇 년간 증가분을 반영해 왔다.
2024~2025년에도 양국은 협상을 이어갔으며,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하는 12차 SMA 협정이 1.5192조원 규모로 합의된 사실이 외신과 양국 발표로 확인된다.
현재 한미 확장억제 체계는 핵협의그룹(NCG) 등을 통해 제도화돼 있지만, 외교·안보 우선순위 변화가 있다면 비용·전력 분담 논의가 재조명될 가능성은 있다.
국정연설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의회에 정책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공식적 메시지다.
이번 연설에서 한반도 관련 언급이 빠졌다는 사실은, 북한이 전략 문서와 국방 예산에서는 여전히 위협으로 분류됨에도 공식 연설 메시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로 처리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위기는 일반적으로 공개 메시지와 함께 등장한다. 반면 비언급은 전략적 관심도가 다른 의제 쪽으로 이동했음을 함축할 수 있다.
현재 한반도는 전면적 충돌 국면은 아니지만,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와 외교적 비가시화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연설에서 한반도가 빠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언급 누락이 아니라, 전략적 초점의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가 없다고 가정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