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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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A400M 아틀라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유럽의 방위산업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같다. 프랑스의 화려함, 독일의 정밀함, 스페인의 실용성이 뒤섞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이 복잡한 화음을 조율하며 유럽 안보의 '자립'을 이끄는 지휘자가 바로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맞이한 가장 큰 숙제는 "미국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가"였다. 에어버스는 이 질문에 대해 수송기 A400M의 날개와 A330 MRTT의 급유관, 그리고 저궤도 정찰 위성군으로 답하고 있다. 


자립은 구호가 아니라 물류와 정보에서 시작된다. 에어버스는 단순한 항공기 제조사를 넘어, 유럽의 주권을 우주와 하늘에 새기는 '안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에어버스 체질 바꾼 '디지털 방산 전환'

에어버스 그룹 전체에서 방산과 우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2025 회계연도 추정 실적에 따르면,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의 연간 매출은 약 118억 유로(약 128억 달러, 한화 약 18조 4300억 원)를 기록했다. 2020년대 초반 공급망 혼란과 A400M 사업의 지연으로 겪었던 진통을 털어내고, 2026년 현재는 약 450억 유로(약 7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마이클 숄혼(Michael Schöllhorn) CEO가 주도하는 '디지털 방산 전환'은 에어버스의 체질을 바꿨다. 그는 2026년 초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 팔지 않는다. 전장의 모든 요소를 연결하는 '디지털 신경망'을 판다"고 선언했다. 이는 전통적인 항공기 판매 수익에 더해, 위성 데이터 구독 서비스와 유지보수(MRO) 사업을 수익의 핵심축으로 세웠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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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30 MRTT 공중급유기. 출처=에어버스

 

A330 MRTT와 A400M, 전장의 혈관을 뚫다

에어버스가 미국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과의 경쟁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분야는 바로 '전략 물류'다.


△ A330 MRTT (공중급유기)

시장의 절대 강자다. 보잉의 KC-46이 결함으로 주춤하는 사이, A330 MRTT는 전 세계 급유기 시장의 90% 이상을 석권했다. 2026년 현재, 이 기체는 단순한 '기름차'가 아니다. '스마트 MRTT'로 진화하며 하늘 위의 데이터 중계 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공중의 허브다.


△ A400M 아틀라스 (수송기)

C-130보다 크고 C-17보다 효율적인 이 기체는 유럽 군대의 신속 대응 능력을 결정짓는다. 비포장 활주로 착륙 능력과 압도적인 수송량은 우크라이나 지원 작전에서 그 가치를 입증했다.


△ C295 (전술 수송기)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준다. 신흥국 시장에서 C295는 '가장 믿음직한 일꾼'으로 통한다. 특수전 지원부터 해상 초계까지 변신이 자유로운 이 기체는 에어버스의 점유율을 지탱하는 효자 품목이다.

 

 

플레아데스 네오(Pleiades Neo) 위성군. 출처=에어버스.jpg
플레아데스 네오(Pleiades Neo) 위성군. 출처=에어버스

 

우주 주권 상징, '플레아데스 네오'와 보안 통신망

에어버스는 지상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유럽의 독자 노선을 설계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플레아데스 네오(Pléiades Neo) 위성군은 30cm급 해상도를 제공하며 유럽 정보기관에 '미국에 묻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선사한다.


또한, 2026년 현재 에어버스가 주도하는 IRIS²(유럽 위성 통신망) 프로젝트는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대항하는 유럽의 자존심이다. 군사 전용 암호화 통신을 제공하는 이 망을 통해 유럽은 유사시 미 민간 기업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 신경망'을 갖게 된다. 정보의 자립 없이 안보의 자립은 없다. 에어버스는 위성 제조부터 운용, 데이터 분석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며 우주 방산의 '올라운더'로 우뚝 섰다.

6세대 전투기 FCAS, 미래의 상징 프로젝트

에어버스의 미래를 상징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는 6세대 전투기 체계인 FCAS(Future Combat Air System)다. 다쏘(Dassault)와 협력하여 추진 중인 이 사업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무인기 군단과 위성을 묶는 '전투 클라우드'의 완성이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권 싸움은 여전하지만, 2026년 현재 에어버스는 이를 기술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기술이 정치를 이긴다. 에어버스는 FCAS의 핵심인 '시스템 오브 시스템즈(System of Systems)' 설계를 주도하며, 유럽 내 수많은 중소 방산 기업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실패한다면 유럽은 영원히 미국의 F-35 체제 아래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에어버스를 채찍질하고 있다.



6세대 전투기 체계인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출처=에어버스.jpg
6세대 전투기 체계인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출처=에어버스

 

K-방산의 최고 파트너이자 넘어야 할 산

대한민국 공군에게 에어버스는 이미 검증된 우군이다. 우리 공군의 주력 급유기인 KC-330 시그너스(MRTT)는 해외 교민 철수와 전략 물자 수송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2026년 현재, 한국군은 추가 급유기 도입과 차세대 수송기 사업에서 에어버스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K-방산의 MC-X(한국형 수송기)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에어버스는 한국을 '시장'이 아닌 '기술 파트너'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협력은 대등할 때 일어난다. 한국항공우주(KAI)와 한화시스템 등 국내 기업들은 에어버스의 위성 제조 노하우와 수송기 설계 기술을 벤치마킹하며, 한편으로는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려 애쓰고 있다.


방위산업의 역사는 이제 '국가 간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 시험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개별 국가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기술적 장벽을 '유럽'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종속된다. 평화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2026년, 전 세계가 다시 진영 간의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 에어버스가 구축한 날개와 네트워크는 유럽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다. 그들이 쏘아 올린 위성과 하늘을 덮은 수송기들은 말한다. 주권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날개로 지키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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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방산기업㉓: 에어버스 디펜스] 하늘과 우주를 잇다… 유럽 '전략적 자율성'의 핵심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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