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지난해 유독 대형 보안 사고가 잦았던 국내 시장에서 역설적으로 보안 기업들은 견고한 성장을 이뤄냈다. 기업들의 보안 경각심이 임계치를 넘어선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제로트러스트 등 차세대 보안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으며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안 시장은 선두 기업 안랩을 비롯해 시큐아이와 이글루코퍼레이션이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1, 2,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들 상위권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중견 기업들의 영업이익 개선세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국내 주요 보안 기업 실적 현황] (연결 기준) *공시 전인 일부 기업의 경우 증권가 전망치 및 잠정 실적을 합산 반영함
| 순위 | 기업명 | 2025년 매출 | 24년 대비 매출 성장률 | 2025년 영업이익 | 24년 대비 영업익 성장률 |
| 1 | 안랩 | 2,677억 | +2.7% | 333억 | +20.2% |
| 2 | 시큐아이 | 1,650억 | +6.2% | 185억 | +12.1% |
| 3 | 이글루코퍼레이션 | 1,432억 | +28.8% | 160억 | +163.8% |
| 4 | 파수 | 820억 | +15.4% | 110억 | +25.5% |
| 5 | 윈스 | 785억 | +8.1% | 145억 | +9.3% |
| 6 | 파이오링크 | 656억 | +12.6% | 54억 | +108% |
| 7 | SGA솔루션즈 | 616억 | +43.0% | 148억 | 흑자 전환 |
| 8 | 지니언스 | 540억 | +11.2% | 95억 | +15.4% |
| 9 | 엑스게이트 | 481억 | +18.5% | 37억 | +12.1% |
| 10 | 소프트캠프 | 259억 | +53.4% | 29억 | 흑자 전환 |
국내 보안업계 성장에는 거대 기업들의 연쇄 보안 사고가 '보안 투자의 절박함'을 일깨운 점이 주효했다. 지난해 SK텔레콤, KT와 같은 대형 통신사부터 롯데카드, 쿠팡 등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발생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 경영진에게 보안이 단순한 비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내부의 위협을 상시 감시하는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과 전문화된 보안 운영 서비스인 MDR(관리형 탐지 및 대응) 수요가 폭발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동시에 AI와 제로트러스트 기술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 시작한 점도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특히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AI 원천 기술을 보안 관제 솔루션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공공과 민간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SGA솔루션즈와 소프트캠프는 국가망보안체계(N2SF) 개편에 맞춰 '신뢰하지 않는' 제로트러스트 모델을 선제적으로 공급하며 대규모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 분야의 세대교체 역시 실적을 뒷받침했다. 시큐아이는 클라우드 전환 수요에 맞춘 차세대 방화벽으로 지배력을 높였으며, 파이오링크는 클라우드 최적화 인프라인 차세대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복잡한 서버·저장장치를 소프트웨어로 묶어 클라우드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만든 통합 인프라 솔루션)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안착시켰다. 엑스게이트 또한 양자 가상사설망(VPN)이라는 특화 영역을 선점해 2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기술 중심 성장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이번의 성과를 일시적인 반사이익에 가두지 않고 지속 가능한 '퀀텀점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의 과당 경쟁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세계 시장에 이식하는 과감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특히 단순한 규제 순응형 보안을 넘어 글로벌 통합 보안 플랫폼들과 정면 승부할 수 있는 원천 기술력의 확보와 전략적 M&A(인수합병)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한국 보안 산업의 명운이 걸린 필수 과제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