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속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확인되자, 테헤란 권력 핵심부는 즉각 '체제 연속성' 과시에 나섰다.
하메네이 사망 발표 이후 수 시간 만에 이란 고위 정치·군사 지도자들은 국영 TV에 잇따라 등장하며 국가 운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국내외에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도자는 사라졌지만 이슬람 공화국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란 최고 보안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는 헌법 규정에 따라 최고지도자 승계 절차가 개시됐으며, 과도기 동안 3인 임시 지도위원회가 국가 운영을 맡는다고 밝혔다.
임시 지도부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골람호세인 모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그리고 알리레자 아라피 수호위원회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국가 기관은 원활히 운영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 선출이 수일 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계 과정은 동시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도부에 참여하는 인물들 자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표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안정성을 과시해야 하지만 동시에 권력 핵심에 오르는 인물은 곧 표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쟁 초기 이미 혁명수비대와 군 수뇌부 다수가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국가안보회의가 열리던 건물 폭격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최고지도자는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가 선출하지만, 지속되는 공습 속 정상적 소집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유력 후계자였던 에브라힘 라이시가 이미 사망했고, 또 다른 후보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생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으면서 승계 구도는 극도로 불안정해진 상태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최고지도자 제거가 곧 이란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대가 역사적으로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고 지적한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 분석에 따르면 지도자 제거 이후 안정적 체제 전환이 이뤄진 사례는 드물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했고, 이라크와 리비아 역시 정권 제거 이후 장기 내전과 권력 분열을 겪었다. 정권 붕괴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권력 공백이었다.
이란 역시 단순한 권력 교체 구조가 아니다. 핵심 변수는 군사·경제·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다.
IRGC는 국가 내부 권력 구조에 가까운 조직으로 평가되며, 최고지도자가 사라질 경우 체제가 붕괴하기보다는 오히려 안보 국가화가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정치 구조에서 지도자의 죽음은 단순한 권력 상실로 끝나지 않는다. 시아파 정치문화에서는 외부 공격에 의한 지도자 사망이 ‘순교’ 서사로 재해석되며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내부 반정부 여론조차 단기적으로 민족주의적 결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정권 붕괴가 아니라 중앙 통제 약화 이후의 국가 분열이다. 쿠르드·발루치·아제리 등 다양한 민족 구성이 존재하는 이란에서 권력 공백은 지역 기반 충돌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체제 붕괴가 단일 정권 교체가 아니라 다중 지역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결국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은 급격한 민주화보다 강경 안보 체제 강화, 군사 엘리트 권력 경쟁, 장기적 내부 불안정이라는 복합적 경로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중동 권력 질서 재편의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