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두바이와 도하 하늘에 요격 섬광이 번졌다. 전장은 국경 지대가 아니라 도시의 상공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시작된 테헤란의 보복은 이번에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기지를 넘어 공항·항만·에너지 시설 등 '허브 인프라'를 겨냥하면서, 걸프 국가들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안정과 연결성의 모델을 정면으로 시험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이 모두 긴급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은 미사일과 드론이 주요 도시 상공을 통과했고, 일부는 군사시설뿐 아니라 공항과 항만 인근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5년 6월 이른바 '12일 전쟁' 당시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르다. 당시 이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한 곳을 제한적으로 타격했고, 사전 통보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이번에는 다수의 도시와 기반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이 택해졌다. 단순한 응징을 넘어, 걸프 전체를 협상과 압박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전환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상징적 장면은 두바이 국제공항을 둘러싼 긴장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 통계에 따르면 두바이 국제공항은 최근 수년간 국제선 이용객 수 기준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연간 8천만 명 안팎이 이용하는 이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중동을 유럽·아시아·아프리카와 연결하는 핵심 노드다.
두바이·도하·아부다비는 항공 허브를 중심으로 금융, 관광, 물류를 결합한 '슈퍼 커넥터'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공역이 일시 폐쇄되고 항공편이 대거 지연·결항되면서 이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일부 항공사는 중동 노선을 우회하거나 중단했고, 수만 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항공 혼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걸프 국가들의 최대 자산은 석유만이 아니었다. 분쟁이 반복되는 중동 한복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거주지라는 이미지, 즉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이번 공격은 그 무형 자산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걸프 지역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평가된다(미 에너지정보청 EIA 기준). 이 수로가 불안정해질 경우 유가와 보험료, 해상 운임은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긴장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시설 인근과 항만, 공항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은 세계 경제의 '연결망'을 겨냥한 것이다. 재래식 전력으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이 걸프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 인프라를 간접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걸프 국가들이 경제적 충격을 체감할수록 미국에 조기 수습을 요구하도록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GCC 회원국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일부 국가는 자국 영공 방어 과정에서 요격과 무력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란이 비용을 높여 협상력을 키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걸프 국가들을 더욱 미국 쪽으로 밀어 넣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0~91년 걸프전 이후 이 지역이 이처럼 광범위한 불확실성에 직면한 적은 드물다. 당시 전장은 특정 국가와 국경에 집중됐지만, 지금은 항공 허브와 금융 중심지, 에너지 수송로가 동시에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전선은 더 이상 사막에만 그어지지 않는다. 활주로와 해협, 스카이라인이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다. '전장'을 넘어 '허브'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걸프의 위기는 군사적 충돌을 넘어선 구조적 도전이다. 안정과 연결성을 자산으로 삼아온 지역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 결과는 중동을 넘어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 전반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