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강지현 기자] 전 세계 극초음속 무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기존의 천문학적인 비용과 복잡한 발사 플랫폼이라는 제약을 완전히 깨뜨린 美(미) 어르사 메이저(Ursa Major)의 극초음속 시스템 ‘해복(HAVOC)’이 그 주인공이다. 이는 단순히 속도만 빠른 무기가 아니라, 우주와 공중, 지상을 넘나들며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무기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방산 스타트업 어르사 메이저가 공개한 해복(HAVOC) 시스템은 공개 직후 군사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극초음속 미사일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고체 연료 대신 액체 로켓 엔진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액체 로켓 엔진의 채택은 군사적으로 엄청난 이점을 제공한다. 비행 중 자유자재로 엔진 추력을 조절하는 '스로틀링(Throttling)'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며 속도를 늦췄다 다시 폭발적으로 가속하거나, 엔진을 잠시 껐다 켜는 등 불규칙한 기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적의 방공 시스템이 궤적을 예측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생산 방식 또한 혁신적이다. 어르사 메이저의 CEO 크리스 스파뇰레티(Chris Spagnoletti)는 성명을 통해 "HAVOC은 처음부터 적층 제조(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신속하고 대량으로 생산되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당 수백억 원을 호가하고 제작에 수개월이 걸리던 기존 극초음속 무기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HAVOC의 공개에 대해 해외 유력 국방 전문 매체들은 파격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美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Defense News)는 "HAVOC은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전략이 '정교한 소수'에서 '치명적인 다수'로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항공우주 기술 전문지 에어포스 테크놀로지(Air Force Technology) 역시 "액체 로켓 추진 기술의 재발견이 미군의 타격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평했다. 특히 미 군사 전문 일간지 밀리터리 타임스(Military Times)는 "기존 대형 방산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한 대량 생산의 난제를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로 해결하려는 미 국방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며 향후 미군의 조기 배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현재 극초음속 무기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HAVOC의 등장은 그 격차를 메우는 방식에서 미국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준다.
중국의 대표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인 DF-17이나 러시아의 지르콘(Zircon)은 주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여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하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밀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핵무기의 파괴력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또한 이들은 전용 지상 발사대나 특정 함정에서만 발사할 수 있는 등 플랫폼의 제약이 뚜렷하다.
반면 HAVOC을 포함한 미국의 차세대 극초음속 무기들은 재래식(비핵) 정밀 타격에 초점을 맞춘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산 극초음속 무기는 핵무장 중인 중국·러시아 시스템보다 훨씬 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며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HAVOC은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었다. F-15E나 F-35 같은 전투기, B-21 폭격기는 물론이고 지상의 수직발사시스템(VLS·Vertical Launch System), 심지어 대기권 밖인 우주 공간에서도 배치가 가능하다. "적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정교한 시스템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스파뇰레티 CEO의 말처럼 미국은 이제 '범용성'과 '가성비'를 무기로 극초음속 전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HAVOC이 동북아시아에 배치될 경우 가장 먼저 중국의 '항행 저지 및 영역 거부(A2/AD)' 전략이 위협받게 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 항공모함의 접근을 막기 위해 수천 발의 탄도 미사일을 깔아두는 물량 공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미군이 3D 프린팅으로 찍어낸 저비용 HAVOC을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미군은 중국의 핵심 레이더 기지와 지휘 통제부를 저렴한 가격의 극초음속 물량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역(逆) 물량 공세' 능력을 갖추게 된다. 주한·주일 미군의 투사 유연성 또한 극대화된다. 한반도 유사시 오산 기지의 F-15E에 즉시 HAVOC을 장착해 북한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북한의 방공망 역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다. 북한이 자랑하는 신형 지대공 미사일 ‘별찌(별똥별)-1-2’나 기존 S-300 계열의 번개 시리즈는 일정한 궤적의 목표물을 겨냥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추력 조절로 변칙 기동을 일삼는 HAVOC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는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 능력을 보강하는 강력한 외부 자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는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2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고속활공탄(HVGP)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우리 한국 역시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단순히 빠른 무기를 만드는 시대를 지나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어디서든 쏠 수 있는 '민주화된 극초음속 무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HAVOC은 단순히 빠른 미사일이 아니라 '값비싼 창'을 '흔한 소모품'으로 바꾸려는 미국의 전략적 승부수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중·북의 수적 우위를 기술적 물량으로 압도하려는 미 국방부의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